340년 전 제주 사람 24명, 31일 표류 끝에 베트남에서 살아 돌아온 이야기
1687년 폭풍에 휩쓸려 31일간 표류하다 베트남에 닿은 제주 사람 24명. 한국 최장 해상 표류로 기록된 이야기를 새 책이 되짚었어요. 이들을 살린 힘은 해민정신이었어요.

말 세 마리를 싣고 떠났다가 남중국해 건너편에 닿았다면 어떨까요? 1687년 제주 사람 스물네 명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에요. 이 이야기가 새 책으로 나왔어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1687년 음력 9월 3일, 제주 화북포에서 배 한 척이 출항했어요. 한라산 중산간의 국영 목마장에서 기른 진상마 세 마리를 싣고 있었죠.
해남에 도착하기 전 광풍을 만나 돛과 노를 잃고 먼바다로 떠밀렸어요.
배는 31일을 떠돈 끝에 베트남 호이안 앞바다의 참섬에 닿았어요. 섬사람들이 이들을 구조했고, 베트남 국왕의 배려로 호이안에 머물 수 있었어요. 이후 중국 상선을 타고 제주로 돌아왔는데, 고향을 떠난 지 약 16개월 만이었어요. '한국 최장 해상 표류'로 기록된 사건이에요.
무엇이 이들을 살렸을까요?
최근 나온 책은 '제주 해민의 베트남 표류기'(푸른길)예요. 김오진 제주기후문화연구소 소장은 그 비결을 '해민정신'에서 찾아요. 해민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바다와 관계 맺고 사는 섬사람, 해민정신은 이들의 삶의 태도예요. 자립심, 개척 정신, 서로 돕는 공동체 의식이 담겨 있죠.
제주 해녀에게서도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해녀는 상군·중군·하군으로 나뉘지만, 나이 들거나 깊은 바다에 들어가기 어려운 해녀를 위해 '할망바당'을 남겨둬요.
스물네 명은 극심한 식수·식량 부족 속에서도 모두 살아남았어요. 총책임자 무관 김대황, 말 관리 담당 박근립, 키잡이 이덕인 등이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서로에게 의지한 덕분이었어요.
다만 세 명은 덥고 습한 호이안에서 병에 걸려 차례로 숨졌어요. 남은 스물한 명은 호이안 관리가 중국 상선들에 나눠 태우자고 하자 울면서 매달렸어요. "우리는 함께 실려 죽고 살기를 함께하고 싶습니다. 차마 어찌 나뉘어 떨어지겠습니까?"('탐라문견록')
기록은 어떻게 복원했나요?
서귀포 출신으로 지리 교사를 하며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소장은 '지영록'(1696), '해외문견록'(1706), '탐라문견록'(1732), '주영편'(1805)을 연구했어요. 올해 1월에는 화북포, 추자도, 베트남, 중국을 직접 답사했어요.
책에는 제주의 역사와 생활사, 17세기 베트남의 풍속도 담겼어요. 김 소장은 베트남 국왕의 보호, 백성의 후한 인심, 중국 상인과 관리의 도움도 귀향의 비결이라고 말해요.
그는 이 책을 "340여 년 전 이름 없는 제주 사람들이 남긴 삶의 흔적을 오늘로 이어 보려는 작은 항해"라고 설명해요.



